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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19. 11:25
이번 픽사의 작품은 주인공은 로보트이다. 이것은 그만큼 3D 표현에 거칠 것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처음에 조명등처럼 간단한 물체에서 시작해 장난감, 사람, 몬스터를 거쳐 이제는 로보트까지 도전하는 픽사의 표현력은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더욱 훌륭해지고 있다.
픽사의 스토리는 언제나 놀랍다!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등등은 결코 3D 기술 표현이 전부가 아니다. 굉장히 훌륭한 스토리를 보조해 주는 것이 바로 3D 기술력일 뿐이다. 실제로 픽사전에 갔을 때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전에 스토리보드를 통해서 대부분의 연출까지 미리 확정을 한다는 사실에 꽤 놀랐다. 즉 몇 년간을 스토리와 구성 작업에 투자하고 각각의 장면을 카드로 그려야 미리 연출을 본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작업은 절대 아니다.
WallE의 줄거리도 꽤 흥미진진하다. 쓰레기로 페허가 된 지구에서 청소부 로보트로 등장하는 WallE의 설정은 초반부터 몰입을 유도한다. 신음소리밖에 낼 수 없는 로보트이지만 행동이나 표정을 통해서 세밀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픽사의 숨겨진 또 다른 기술력임이 틀림없다.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자면 시간이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WallE도 마찬가지이지만 픽사의 영화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 그 상상력에 언제나 찬사를 보내게 된다.
2009. 3. 17. 01:01
2기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듣고 한숨에 봐 버렸다.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루루슈의 똑똑한 카리스마와 스토리 여러 군데 복선을 설치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루하지 않게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뭔가 제대로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클램프 만화에서 역시나 힘들다. 1기에서도 유피가 죽는 씬에서 당황해서 혀를 찼는데 2기에서도 루루슈는 결국 황제가 되어버린다. 남들이 하도 막장막장이라고 그래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 몰라도 스토리 전개의 대범함은 가히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얽혀 있는 인물간의 이야기들을 잘 풀어낸 수작이다.
2008. 6. 26. 01:22
예전부터 전편을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그 바램을 애니메이션이 방영(1996년 4월)된지 10년이 넘어서 이루게 되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그 유명한 카와모리 쇼지가 했고 음악은 역시나 그 유명한 칸노 요코가 맡아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에반게리온에 밀려서 세간에 집중을 받지는 못했지만 작품성 하나는 좋았던 관계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던 애니메이션.
아마도 가장 큰 특징은 멋진 세계관일 것이다. 가이아라는 공간에서 존재하는 여러 나라들과 그들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강한 개성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데 중요한 감초 역할을 한다.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판타지, 사랑과 우정, 로봇대전 등의 복합적인 요소들을 즐기다보면 26화의 끝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극을 이끌어 가는 테마는 운명이다. 정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굳세어라 히토미!
2008. 6. 26. 00:54
회사에서 단체로 보게 된 영화. 별반 기대도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스토리는 아주 평범했다. 평범한 팬더가 여러 고생 끝에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영웅의 모습을 발견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결국 연출의 승리이다. 장면 하나 하나를 단순하게 풀어가지 않고 코믹스러운 표정과 재미있는 상황을 설정하여 이끌어 나간다. 이런 장면들이 엮어지면서 애니메이션은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재미를 유지한다. 뿐만아니라 실제 팬더 못지않게 털 하나하나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력은 시각 역시 즐겁게 만든다.
딱히 주말 오후에 할 일이 없다면, 이 영화를 보라. 1시간 30분 정도는 즐거울테니.
2008. 6. 23. 01:14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피아노의 숲 극장판.
사실 극장판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 만화책 초반을 그대로 애니화 하였다. 만화책을 몇 번이나 열심히 보았기 때문에 만화책을 그대로 옮긴 이상 스토리가 궁금하지는 않았다. 만화책의 정적인 장면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동적인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내가 느낀 가장 좋은 점이었다. 음악 만화의 한계인 음악을 그림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충분히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숲의 음악이라는 부분도 나름 그럴 듯 하게 표현을 해 놓았다.
기존에 이 만화를 알던 사람들에게는 옵션이 되겠지만, '피아노의 숲'이란 만화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2008. 1. 12. 23:56
제목이 특이해서 다운 받았는데, 하드디스크에 용량을 차지하고 있었다가 엊그제 우연히 보게 되었다. <포의 일족>, <토마의 심장>,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등 명작들을 남기며 일본 순정만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하기오 모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보기전까지 이렇게 예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인줄은 몰랐다.
겉으로는 코스모 아카데미 시험을 치루는 수험생의 눈물젖은 이야기이지만, 내면에는 극한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일종의 심리극 애니메이션이다. 밀페된 공간에 10명의 수험생이 아닌 11명이 있다는 설정으로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된다.
요즘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하고 복잡한 구조의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단순함 속에서의 인간의 심리를 궤뚫고 있는 통찰력이 독보이는 작품이었다.
2008. 1. 7. 23:18
구름의 저편, 약속의 저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는 항상 이런 식의 평행선을 이루는 감정에 대해서 호의를 가지고 있다. 별의 목소리, 초속 5cm 작품에서도 이런 비슷한 감정의 연장선에 있다. 스토리야 조금씩 다르지만.
스토리를 통해서 감동을 만끽하고 싶다면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감동은 스토리만을 통해서 얻는 것은 아니다. 그림 자체가 감동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 나무, 풀 등의 표현은 기본이고, 캐릭터의 섬세한 표정까지 애니메이션에서 잡아낸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스틸 컷씬은 가히 일러스트라고 해도 믿을만큼 퀄리티가 훌륭하다.
그림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2007. 10. 15. 00:35
가이낙스의 신작 중 완결된 천원돌파 그렌라간.
열혈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천을 좋아서 보게 되었다. 처음 몇 화까지는 타오르는 열혈과 황당한 설정으로 재밌게 시작했는데 점점 반복되는 열혈은 흥미를 잃어가게 만들었다.
땅굴 파는 것을 좋아하는 한 아이는 나선력이라는 엄청난 힘의 소유자. 인간을 지하로 몰아내었던 나선왕을 물리치고, 결국에는 인간의 터전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 놓는다. 그렇지만 인류는 우주의 절대적 존재인 안티 스파이럴로부터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물론 결론은 다 물리치고, 인류에게는 평화가 주인공에게는 자유스러움이 주어진다.
고비때마다 논리를 넘어선 열혈로 고비를 해쳐나가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신난게 즐기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무리를 넘어서 상식을 파괴한다"는 이 말이 너무나 와닿는 애니메이션이었다.
2007. 7. 25. 23:53
운반책이라 불리우는 4인조의 이야기.
평범하고 순수한 세계인 회사원의 일상에서 우연한 기회로 살인이 난무하고 악의 세계로 들어서는 록은 이 두 세계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가는 스토리가 뼈대이다. 다만 이 이야기가 좀 더 흥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 4인조는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한방도 안 맞고 살아나오긴 하지만, 이곳에서는 쓸데없는 관용이나 만용은 용서되지 않는다. 게다가 매력적인 주 캐릭터들이 스토리의 큰 축을 이루면서 이끌어 간다. 삼합의 간부나 러시다 군대를 이끌었던 발랄라이카 등은 없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지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실체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발랄라이카의 웃음 속의 잔인한 매력은 강한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록은 참 마음에 안 든다. 거친 세계에서 순수한 모습을 지키려는 모습이 역시나 답답하다. 적어도 거친 세계에 입장했다면 나는 먼저 총 연습을 했을 꺼 같은데. 주어진 상황에서 무언가 바꾸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만용일 뿐이다. 또한 레비의 현실감을 괴롭게 만들 뿐이다. 송충이가 아닌 동물이 송충이의 세계에 왔다면 솔잎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된다. 아니면 굶어 죽을 뿐이다.
언제나 말하지만 완결이 되지 않은 만화를 애니화 하는 것은 언제나 뒷부분이 개운치 못하다. 많은 부분을 제대로 끝나지 못하고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블랙라군도 결국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많은 숨겨진 사건과 비밀을 남겨준채 어쩡쩡 하게 2기까지 끝나버렸다. 답은 만화책을 보는 방법밖에.
2007. 5. 8. 18:34
파란 하늘 아래 캐치볼 놀이, 노을 지는 해를 풍경으로 자전거를 타고가는 두사람, 여름 날 조용한 동네 어귀.. 여운이 많이 남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유쾌하고 코믹하지만 그 이면에 행복에 관한 고찰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