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16. 00:02
[생각하기]
< 본 글은 전파명색관(http://rakugaki.cafe24.com)을 운영하고 계신 Loppa님의 글입니다! >
동인게임이 실패하는 이유 (5) 完?
4. 프로젝트 관리의 어려움
4-2. 팀 관리, 조직운영의 문제
셰어웨어나 상품화 형태로 판매해서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에게 보수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케이스.
처음부터 팀원들이 이 사실을 납득하고 있지 않다면, 훗날 트러블의 원인이 됩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발생한 수익의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미묘~한 감정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웨어가 아닌 이상, 수익분배에 관해서는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보수노동(봉사활동)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팀원이 생길 수 있고, 자연히 떠나게 됩니다.
수익을 분배하기로 했을 때에도 여러가지 말이 많이 나옵니다. 당장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없더라도 차후에 문제시됩니다.
프로그램:그래픽:기획, 각각 5:3:2 로 분배하자! 라던가 ... (차등분배)
머릿수대로 모두 다함께 공평하게 나누자! 라던가... (평등분배)
물론 어느쪽이든 문제는 발생합니다.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연봉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구성원들간의 불화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중요)
" 기획자 때문에 내가 이삽질인데 저놈이 왜 나랑 똑같은 대우를 받는거지? " 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래머도 있고
" 그래픽은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 고민할 일도 없고 참 속편하겠다 " 라고 생각하는 기획자도 있고
" 프로그램은 시각적으로 퀄리티 판별이 힘드니 주위사람 태클도 없고 좋겠군" 라고 생각하는 그래피커도 있는 법.
(전부 실화)
자기 분야의 고충을 다른 파트가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실상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습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똑같이 수익분배를 하면, 누군가는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평등분배에 찬성했다고 하더라도, 점점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마음이 바뀌기 쉽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작업량의 차이가 점점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에 따라 각 파트별 작업량은 다릅니다)
가령, 기획자가 대략 할일 없이 놀고있고, 그래픽은 리소스 뽑느라 개고생하면서 "기획자는 참 편하구만~" 하고 불평등함을 느낀다거나,
프로그래머는 엔진, 툴 다 완성하고 할일없어서 놀고있고, 기획자는 스크립트 깨작거리면서 "나혼자 게임 다만드나,투덜투덜" 한다거나
뭐, 여러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미리 얘기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테스트플레이어를 머릿수에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조차도 문제의 소지가 됩니다.
4:3:2:1 같은 식으로 차등분배할 경우, 그 분배조건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만한 정당한 이유를 대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회사내부규약처럼 급여체계가 잡혀있는 것도 아니고, 능력, 공헌도 등을 따질만한 명확한 기준도 없습니다. 회사에서조차도 불가능합니다.
연봉 비공개방침은 그런 애매한 부분을 덮어버리기 위한 회사의 수법이지만, 동인게임에서는 그런 불투명한 정책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회사보다 더 철저하게 돈 문제를 관리해야 하지만, 아마추어에겐 도에 지나친 레벨이므로 대부분은 불화, 인간관계 악화, 팀 와해 등의 비참한 결말을 맞습니다.
무보수 자기만족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당당히 조직적인 체계를 갖춰서 제대로 해보자 !!! 라는 것.
비즈니스가 아니라, 취미의 연장선상에서 회사를 차려보자는 경우, 대부분 큰 실패를 겪습니다.
개발 뿐 아니라 영업,회계경리, 홍보, 총무 등의 업무를 고려하지 않고, 하고싶은 것만 하려다가 망하는 케이스.
안이하게 세운 회사일수록 비젼이 불투명하므로 서로간에 불신감이 싹틀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게임개발능력보다 인간관계내공이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돈이 꼬이면 인간성 갈데까지 갑니다.
아마추어에겐 무리입니다. 회사 차리기 전에 착실히 사회경험부터 쌓읍시다.
위 3가지 사례로 고찰한 결론 :
'돈' 문제가 관련되면 트러블을 피할 수 없다. (단, 모든 구성원들이 초인적인 정신력을 갖고 있을 경우엔 예외)
한번 연기되기 시작하면 계속 연기되는 악순환의 지옥에 빠지기 쉽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팀 전체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점. 작업연장이 반복될수록 침체된 분위기에서 점점 헤어나기 힘들어집니다.
기본적으로 스케쥴을 빡빡하게 짜는 것은 금물.
각종 예기치못한 불시의 사고들이 매우 흔하게 발생하므로, 매우 넉넉하게 잡은 예상보다 1.5~2배 정도의 기간을 생각해두는 것이 속편합니다.
가령 2개월짜리 프로젝트를 팀원들에게는 '2개월만에 완성하자!!' 라고 하면서 진행하면 실제로는 3~4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2개월짜리 프로젝트를 "4개월만에 완성합시다!!" 라고 해서 진행하면 실제로는 6~7개월이 걸리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_-
그렇다면 스케쥴 없이 느슨하게 가는 것이 좋은가?
'언젠가는 완성된다' , '우리에겐 젊음이 있잖아. 시간은 넘쳐나지' 라는 개념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진행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반년이면 충분히 완성할 프로젝트가 2~3년 걸리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포기하지 않았을 경우)
일단, 동인게임 제작기간이 6개월이 넘어가면 점점 템포가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팀원들의 인내심과 의욕도 점점 감소합니다.
되도록이면 1~3개월만에 후딱 만들 수 있는 규모가 가장 좋고, 최대 6개월이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엄청난 리더쉽과 스케쥴 관리능력이 요구됩니다.
동인게임일수록 오히려 스케쥴 관리가 철저해야 하지만, 강제적인 구속력을 지닐 수 없기 때문에 컨트롤이 극히 어렵습니다.
스케쥴 관리의 목적은, "제때 결과물이 나온다" 라는 것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팀원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팀 분위기를 살린다는 점에 있습니다.
" 자아, 나는 이만큼이나 작업했지롱! 어떠냐!!! " 하고 모두가 알 수 있게 떠드는 것은 의외로 중요한 일.
팀 분위기 조성과 팀원의 의욕고취, 이 2가지를 염두에 둔 철저한 스케쥴 관리가 필수입니다.
흔히 리더 입장에서는 팀원들의 무관심,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실망하거나 분노를 느끼기 쉽습니다만,
책임을 요구하려면 팀원에게 그만한 권리,권한도 함께 챙겨주어야 합니다. (예를들면 적절한 수익분배, 하고싶은 일을 하게 해준다 등등? )
리더 역시 리더로써의 권한을 행사하려면, 그만한 책임이 뒤따릅니다.
팀원이 도망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힘들고 괴로운 것은 리더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도 리더입니다. 리더에 따라 팀 전체의 성격이 정해집니다.
가장 고독한 것도 리더입니다. 팀원은 리더의 기분 따위 알아주지 않습니다.
리더에게는 팀의 정신적 지주, 카리스마적 존재가 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쉽이 요구됩니다.
정리
-후기-
리더쉽 관련서적은 몇십권 읽어봤지만, 아직까지 정답은 알 수 없군요. (실험해보지 않은 것도 많고)
팀 운영을 몇번 해보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우민들을 다스리는 정치가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거나 하는 망상도 했던 적 있고,
역시 인류는 독재통치로써만 다스릴 수 있다 라는 망상도 했던 적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컨트롤하는 것에는 분명 요령이 있습니다. 그 요령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실패를 거듭하며 경험을 쌓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요즘 연구중인 과제이기도 합니다. (행동경제학, 심리학 계통)
이글은 미완성 글입니다. 언젠가 마음먹은대로 성공적으로 동인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완성판'을 쓸 수 있겠지요.
똑같은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동인게임업계에, 이 글이 조금이나마 희미한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혹시나, "나는 이렇게 동인게임을 완성한 적이 있다!!" 라는 분은 간단하게나마라도 조언이나 충고를 부탁드립니다.
...未完
#Lo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