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0. 11:10
[Movie]
영화 평이 좋아서 찾아봤는데 처음에는 진짜 바다위에서 호랑이와 소년의 동거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나중에 가니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원작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해 낼 수 있을까? 중위법적인 이야기 진행이 왠만한 반전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호랑이는 파이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보고서에서 배에 호랑이는 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해 보면 파이는 자신의 숨겨진 자아를 호랑이에 맵핑한 것이다. 또한 영화속에서도 보면 호랑이는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다. 즉 위기의 순간에 파이의 또다른 자아가 발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파이는 내내 숨겨진 자아와 대면하기를 조심하고, 배 위에서도 호랑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낸다. 그리고 육지에 도착했을 때 호랑이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있는 파이의 모습으로 끝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마음이 복잡했다. 사람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질문.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진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듯한 질문. 그렇지만 마주친 상황에 따라 사람은 변한다. 자신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