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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 15. 23:51

< 본 글은 전파명색관(http://rakugaki.cafe24.com)을 운영하고 계신 Loppa님의 글입니다! >


동인게임이 실패하는 이유 (1)

동인게임이란?

간단히 말해서 "여러명의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만드는 게임"
여기서 아마추어란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게임회사에서 돈받고 게임만드는 사람은 프로페셔널~ .



사실, 저 따위가 감히 이런 거창한 글을 쓰기엔 한참 때가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동인게임으로서는 성공적으로 완료한 건 거의 없고, 무수히 실패만 거듭해왔기 때문이지요.

그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는데..

첫째는, 멤버간의 상호신뢰 (사랑, 우정, 유대감, 동지애 등등)
둘째는, 멤버의 의욕 (열정, 열의, 혼, 목적의식 등등)

근데 이건 사실 동인게임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여러명의 인간이 모여서 한가지 목표를 해낼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겁니다.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 때는, 위의 요소가 없어도 완성은 됩니다.  졸라 재미없게 일을 해도 월급은 꼬박 나오니까요.
근데 이 2가지 요소만 갖추어지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동인게임은 '월급'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2가지 요소를 반드시 충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인게임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초딩 때부터 이팀 저팀에 끼어보기도 하고, 팀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냥 아는 사람이랑 시도해보기도 하고, 친구랑 해보기도 하고 등등.
다른 동인팀의 소식이나 다른 사람들의 경험사례도 수집하면서 쭉 느꼈던 점은,

" 동인게임을 만드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

라는 점입니다.
한글화팀 운영할 때도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만, 게임개발에 비하면 3백배는 쉽습니다.

대부분은 젊은 혈기에 겁도 없이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좌절하곤 합니다. 저 역시 그 중 한사람이었구요.
어느정도 업계에서 실력/경험을 쌓았다고 해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닌 것이 바로 '동인게임 만들기' 입니다.


왜 어려운가?  왜 실패하는가?
대충 알아봅시다.





1. 시작이 문제다
  (팀 구성하기 편)

가장 좋은 것은 혼자 만능이라서, 혼자서 게임만드는 것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짭니다)

간혹, 혼자서 게임 만드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주로 2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째는, 편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다른 파트 인원을 못구해서입니다.
(... 첫째 이유가 더 큽니다)

하지만, 혼자서 만드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겐 상당히 무리가 따르므로, 대부분은 자신을 도와줄 다른 파트를 모집하게 됩니다.

멤버를 모으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 친구,아는 사람과 함께 만든다 (인맥)
* 팀원을 공개모집한다 (공채)

실은, 업계에서도 이 2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  (업계에서도 늘 사람 부족입니다만)



  • 친한 사람과의 작업진행은 진행 자체가 만만해진다

    친한 사람과 할 경우, 취미,기호,성향 등의 코드가 대충 맞고 이해하기 쉬우며 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친해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양날의 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별 수 없지 뭐", "뭘 새삼스레" 라는 식으로 만만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버리는 수가 많습니다.
    아무도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게 되므로, 사실상 팀운영 및 프로젝트 진행능력을 상실합니다.
    관계유지 및 우정파괴를 두려워하므로, 팀 운영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함부로 제명,탈퇴 처리하는 것도 껄끄러워집니다.

    프로젝트가 무산된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관계가 껄끄러워지거나, 심한 경우엔 적대관계시되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참고.


  • 모집한 팀원은 컨트롤하기 어렵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면서 작업이 진행되므로, '적당한 거리관계' 에서의 일 진행은 나름대로 바람직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적당한 거리는 그만큼 와해되기 쉬우며, 모집된 인원을 컨트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팀원이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작업을 맡길 것인지가 아주 어려운 관건입니다.


  • 리더의 역할은 프로듀서 또는 디렉터

    아주 흔히 있는 일로써... 동인게임에서 프로듀서, 디렉터를 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바꿔말하자면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나의 망상을 니네들이 게임으로 완성해다오"
    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정말 뛰어나고 매력적인 훌륭한 기획이라면 사람이 모여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단계에서 이미 끝.
    리더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역할을 분명히 해두고, 자신의 보유스킬을 밝혀둡시다.

    " 스킬이 없는데, 게임은 만들고 싶어요!! "

    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럼 당신은 뭘 할건데요?" 라고 물을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자신이 할일을 스스로 찾지 못하면 GG.

    디렉터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고, 전부 다 할 줄 아는 사람인 것입니다...


  • 리더의 역할이 시나리오 라이터

    리더자칭 디렉터의 또다른 버젼.  그림은 못그리고, 프로그램도 못짜니까 어쩔 수 없이 시나리오 라는 케이스.
    업계에서도, 신입 -시나리오 라이터 지망생- 은 합격률이 저조합니다.

    과거 실적이 있거나 공개작품이 있으면 그나마 낫습니다.
    시나리오를 중시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그림/프로그램을 못해도 각종 공개툴을 이용하면 어느정도 혼자서도 만들 수 있으므로 참고.
    그림이 필요하다면, 만들어진 작품을 걸고 그래픽파트를 모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리더의 역할이 캐릭터 원안,  또는 스토리 원안

    리더자칭 디렉터의 또다른 버젼2.  그림은 못그리고, 프로그램도 못짜는데, 시나리오조차 못쓰겠다는 사람이 머무르는 단계.

    "내가 생각한 캐릭터를 대신 그려줄 사람~? "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대신 시나리오로 써줄 사람~? "

    당연히 모집될 턱도 없고 모집되어도 금방 와해되기 일쑤.
    초 대기업의, 초 대규모 프로젝트의, 초 전문가님이 아니라면,  이런 세분화된 역할담당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필요최소한의 인원도 없는데,  기획만이라도 진행되는 경우.
    99% 는 기획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기획단계에서 무산됩니다.

    필요한 인원이 다 갖추어진 상태에서도, 기획단계에서 무산되는 경우는 업계에서조차 매우 흔한 일입니다.
    필요최소한의 인원이란,   기획, 프로그램, 그래픽, 사운드, 배포  5가지 스킬이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최소 5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최소 이 5가지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즉, 다할 수 있으면 혼자서도 됩니다)
    프로젝트리더 역할을 해줄 인원도 반드시 필요. (서클 리더와는 별개입니다)

    동인게임 멤버는 보통 2~4명이고, 많아봐야 5~6명 정도.  1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성공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멤버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멤버이지, 회원리스트에 있는 유령멤버 숫자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 인원이 너무 많다

    반대로, 인원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을 오르다못해 비공정이 되어 안드로메다에 갑니다.
    실제로, 모집했더니 20명이 모였다!!  30명이 모였다!!! 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99% 실패합니다.

    20명 이상쯤 되면 중견회사를 차려도 이상하지 않을 인원이고, 컨트롤은 사실상 불가능.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가 종교적인 계시를 한다고 해도 프로젝트 진행은 힘듭니다.

    초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겠답시고, 거창하게 인원모집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 주최자의 실적이 불분명하다

    응모하는 쪽도 자신과 비슷한 실력이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
    조직이나 리더의 실적이 전혀 드러나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모집할 때는
    "실력을 알 수 있는 포트폴리오 첨부" 라는 개념없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서로간의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계부터 삐걱이는 겁니다.


  • 모집기준, 심사기준이 애매하다

    가장 최악인 것은 응모는 받되, 탈락시엔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
    애당초 심사기준 따위가 애매 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포트폴리오를 보고 '리더 마음대로' 채용여부를 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채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달아 연락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의.

    원하는 그림체나, 문체 등이 있다면 미리 모집시에 표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모집기준에서 프로에 준하는 실력을 요구하는 것도 어불성설.


  • 계획이 없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는, 다같이 상의하겠스빈다"  라는 케이스.
    모집할 때부터 이런 식으로 모집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집단계에서부터 실패나 다름없습니다.

    각 파트별로 사람 다 모아놓고, 기획이 무르익을 때까지 손가락 빨고 기다리게 만드는 셈.
    격투액션, RPG, 어드벤쳐, FPS 등등 뭐든지 다 만능인 프로그래머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동인 레벨에선 더더욱)
    취향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미소녀게임 만들자,  난 18금은 좀 곤란하다, RPG를 하고싶다  등등 의견이 갈려서 다투는 경우도 흔해빠진 일.
    채택되지 않은 의견은 사실상 무시되는 것이므로 팀 분위기는 더욱 애매해지기 일쑤.

    " 자아, 무엇을 만들까요? " 라는 얘기가 나온 시점에서 이미 프로젝트는 실패 조짐 90%
    이것은 동인게임 개발에서 해서는 안될 말 중 하나입니다.

    " XXX 를 만듭시다! " 가 바람직한 형태.
    그 프로젝트를 마음에 들어하는 멤버를 참가시키거나 모집하는 것이 BEST.




    정리

  • 친한 사람과의 작업진행은 진행 자체가 만만해진다
  • 모집한 팀원은 컨트롤하기 어렵다
  • 리더의 역할은 프로듀서 또는 디렉터
  • 리더의 역할이 시나리오 라이터
  • 리더의 역할이 캐릭터 원안,  또는 스토리 원안
  •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 인원이 너무 많다
  • 주최자의 실적이 불분명하다
  • 모집기준, 심사기준이 애매하다
  • 계획이 없다




    다음편에 계속...



    #Loppa